스막키 카디건 작업기

"숲닛츠의 정체성을 대변할 디자인을 완성하다."


내가 좋아하고 지향하는 스타일을 표현해 줄 단어를 찾지 못했었다.

Bohemian (Boho)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좀 더 모던한, 좀 더 심플한, 좀 더 부드러운.


천연 소재와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

레이어드와 믹스매치,

몸을 구속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실루엣,

Boho 스타일은 그 자체로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감성인 것이다.


나는 늘 이 Boho 스타일에서 에스닉하고 기하학적인 패턴을 색상이 아닌 텍스처로 표현하고 싶었다.

색상이 화려한 것은 아직 감당할 수가 없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내 취향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항상 고민이 많았는데 우리 톱모델님이 아이디어를 던져 주었다.


그거 약간,, 모리걸 아니야...?

모리걸이 뭔데?

아오이 유우 같은...?

오, 완전 딱이지!

모리가 일본어로 '숲' 인데 숲 속의 소녀 뭐 그런 뜻이던데?

오, 이것은 완전 운명이잖아. 숲 속에 살고 싶어서 숲닛츠인데!


그렇지만 모리걸을 대표 키워드로 내걸기엔 나는 일본이라면 일단 거부감이 드는 한국인이다.

사실 조금 흔들리기도 했다.

내 패턴을 리뷰하는 유튜브 영상에서 그 유튜버 분이 이 쉬운 S. O. O. P 를 어떻게 발음할지 몰라 계속 슾? 스웁? Idk.... 하는 것을 보고 아니 숲이라고 숲 글자 그대로 읽으란 말야 숲!!

Mori Knits 였다면 좀 더 발음이 쉬웠을테지.


어쨌든 스막키 카디건은 이러한 숲닛츠의 정체성을 대변할 디자인으로 완성되었다.

릴리즈 데이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기다리기 정말 힘들다.


나는 메리야스뜨기는 꽤 헐렁하게 뜨고, 무늬뜨기는 꽤 타이트하게 뜬다.

그런데 미옥님의 샘플을 보니 헐렁하게 뜬 무늬가 딱 봤을 땐 좀 덜 이쁠지라도 편물의 느낌이 훨씬 좋았다.

보들보들 야들야들.




쫀쫀하게 뜬 스막키.

Smock 스티치 특성상 실을 많이 잡아먹으니 혹여 모자랄까 싶어 어찌나 당겨서 떴던지,

패턴 게이지보다 완성 편물이 조금 더 작게 나왔다. 특히 길이가 짧게 나왔다.

그 패턴 쓴 사람은 전데요, 제 게이지를 제가 못 맞춰버렸네요?

반면 미옥님의 샘플은 패턴 게이지 그대로 나왔다.

내가 다 뿌듯!


이렇게 쫀쫀하게 뜬 편물은 무늬가 빡! 살아나서 편물로 볼 때 이쁘지만 탄탄한 강도 때문에 입었을 때는 루즈한 텐션이 더 이쁘다.

무늬뜨기를 할 때에도 느슨하게 떠야겠다.


보통 사이즈가 커질수록 멍석뜨기가 많이 들어가게 된다.

아무래도 큰 무늬를 꽉꽉 채워 넣는 것보다 멍석뜨기를 채워 넣으면 콧수도 절약할 수 있고, 따라서 실도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스막키는 멍석뜨기를 최소한으로 잡았다.

사이즈가 커져도 무늬를 꽉꽉 채워 넣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아테네 스웨터처럼 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테네 스웨터는 무늬가 고정이었는데 스막키는 무늬가 사이즈별로 다르게 들어간다.

무늬들이 조합이 괜찮은지 모두 스와치를 뜨느라 힘들었지만, 꽤 재밌는 작업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하나같이 다 이쁠수가 있을까!



두니트의 실로 뜬 스막키.

두니트 사장님이 단추없이 보내는 바람에 또 단추 고민이 생겼다.

어떤 단추를 달아줘야 베스트가 될까.

오늘은 자기 전에 단추 쇼핑을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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